편의점을 운영하다 보면 정산되는 날이 언제인지도 까먹는다. 일하다 보면 돈이 들어와 있다. 이익배분서도 살펴본다. 뭐가 많이 쓰여 있는데 그게 무슨 뜻인들 무슨 상관이랴. 주는 대로 받아야지.
편의점 1년 하고 그만둔 썰 - 정산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부른다."
정산을 받고 단 한 번도 기뻤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익배분서를 모조리 프린트해서 꼼꼼히 살펴보고 담당 영업사원에게 물어도 봤다. 그리고 이익배분을 늘리기 위해 로스도 줄여보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발주도 다양하게 해 보고 몇 개월간 노력을 했다. 그렇게 하다 말았다. 그리고 더 이상 이익배분서를 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20년 2학기 무렵 처음 편의점을 시작하고 4개월 정도는 학생들도 꽤 자취방에 남아있어서 매출이 계약 당시 '이 정도 받을 수 있다'라고 보여주었던 전 편의점의 한 달 총매출보다 높았다. 그래서 사실 기대를 했다. 매출 평균치를 넘겨 높은 매출을 기록하면 우리가 배분받을 수 있는 비율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러나 삶이 그렇듯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부른다.
어떤 달은 장사가 엄청 잘 되었다. 정말 미친 듯이 바빴다. 많이 팔리는 만큼 엄청난 물류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물류가 배송되는 날에는 물류 정리하랴, 손님 응대하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던 달이다. 그 달 총매출을 확인하니 전 월보다 무려 1000만 원이 올랐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오른 금액이다. 당연히 정산금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달 정산받은 금액은 전 월보다 약 150만 원 정도 더 받았던 것 같다. 그 허무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어느 달에는 세무서에서 세금을 환급받았다는 우편물을 받았다. 무려 100만 원 정도였다. 우리는 그 금액이 따로 입금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돈이 본사에서 매달 받는 정산금에 합쳐져서 입금이 된 것이다. 그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이상한 것은 늘 받던 정도의 이익배분금을 받은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평소 200만 원을 정산받았으면 환급받은 금액까지 300만 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평소처럼 2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한 달 총매출액도 그렇게 적게 받은 만큼 큰 차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엄청난 로스가 발생한 것도 전기세 폭탄을 맞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받았다.
받은 사람은 이상하게 느끼고 항상 적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주는 쪽에서는 그들의 프로세스대로 정당한 절차대로 주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상하다고 느껴도 그냥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고 내가 회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떤 논리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주는 대로 받을 뿐이다. 말만 개인사업자에 편의점 경영주이지 월급 받는 직장인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그래도 회사를 다니면 4대 보험에 시간 외 근무수당, 야간 근로 수당에 식비도 제공이 되고 점심시간도 있고 근무 중에 발생하는 비용은 법인카드로 해결하거나 비용처리를 할 수 있지만 우린 개인사업자이므로 저런 것 중 어느 하나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세금도 내야 하고 기장업무를 봐주는 세무사무소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리 따지고 저리 따져도 우리가 밑지는 장사를 한 것만 같다.
우리가 정산받았던 정산금의 반 이상은 우리가 처음 '이 정도 나온다'라고 했던 금액보다 적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모두 편의점주의 탓이 된다.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매출이 준 이유를 코로나19나 새로운 편의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교묘하게 편의점주의 탓이 되어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시점을 시작으로 우리 편의점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당시 대목이었는데도 그 무렵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 날, 주기적으로 오시는 담배회사 직원분께서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상가에 편의점이 새로 생긴 거 알고 있냐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매일 집과 편의점만 왔다 갔다 하니 뭐가 생기고 없어지는지 알 리가 없었다. 굉장히 놀라서 언제쯤 생겼냐고 여쭤보니 대목인 그 시점 직전이었다. 그제야 매출이 왜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담당 영업사원이 왔을 때 거기 다른 편의점 새로 생긴 거 알고 계셨냐고 물으니
"네."
이게 대답의 다였다.
"그래서 울 매출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요?"
에기 이 대화의 끝이다. 이미 나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이 일이 있고 얼마 후의 일이다. 다른 직원과의 대화이다.
"왜 매출이 떨어진 것 같으세요?"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고 요즘에는 근처 마트에서 술을 더 싸게 팔고 있더라고요."
"그걸 알고 있는데 왜 여기는 싸게 안 파세요?"
"지금도 정가보다 싸게 팔고 있는 건데요."
"아니, 마트에서 우리보다 싸게 팔면 우리가 더 싸게 팔면 이리로 올 거 아니에요?"
진짜 어찌나 못 되게 말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소주의 경우 주위 마트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본사에서 제시한 정가를 매장 자체에서 조정하여 이미 싸게 팔고 있었다. 사실 그것보다 더 내려가면 우리는 남는 것도 없다. 그런데 본사 직원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기들은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물건을 사 와서 우리가 물건을 팔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갈 금액을 다 가져간 뒤에 이익배분을 하므로 절대 손해 볼 일이 없다. 그 손해는 오롯이 편의점주인 내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가맹비는 엄청나게 떼어가면서 단 한 번도 본사와 담당 직원들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새로운 편의점이 생겼고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전혀 말도 안 해주고 이미 할인 판매하고 있는 소주를 더 싸게 안 판다고 윽박지르는 직원들이 우리를 담당하는 본사의 직원들이었다. 우리만 운이 나빴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