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를 읽고 사회복지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다음은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독서감상문이다.
책에서 찾은 사회복지사의 참된 길
처음 사회복지학과 전공을 선택했을 때는 사회복지사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지 몰랐다. 아동, 가족, 장애인, 취약계층, 노인 등 우리 삶 전체를 아우르는 일에 대한 이해와 관심, 지식, 애정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부담이기도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이 책을 읽고는 더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민들레국수집의 이야기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배고픈 사람에게 무료로 밥을 주고 따뜻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좋은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리고 사람의 힘과 정성,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수익을 내지는 않아도 정부지원, 후원회 조직, 거기다 부자들의 기부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 모든 것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지 않고 식사를 위한 자격도 묻지 않기 위해서. 민들레국수집은 꿋꿋하게 이웃들의 인정으로 꾸려나가는 곳이다.
사실, 여러가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지, 얼마나 비참한 상황인지 스스로 얘기를 하고 증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왜 난 그것을 도움 받기 위한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했을까? 그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책에 쓰인 것처럼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규정들은 인정머리 없는 것이기도 했다.
여기서 '나쁜 기업의 후원도 잘 쓰기만 하면 될까?'의 마더 테레사와 저축대부조합 사건의 핵심인물 찰스 키팅의 이야기도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후원, 기부를 받는 것에도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가난한 이를 위해 사용하라며 건넨 돈, 알고 보니 약자의 몫을 빼앗아 만든 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구절을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겠다고 결정한 이상 그것은 반드시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기업에 의한 기부, 지원, 자선사업이란 것도 결국은 더 많은 이윤 확보를 겨냥한 간접적인 투자행위일 뿐이다.'라는 글의 의미로 아마 민들레국수집 사장님도 '부자들의 생색내기 돈을 안 받는다'는 원칙을 고수하셨을 것이다. 과연 나는 현장에 나가서 이러한 철저한 신념과 엄격한 잣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오직 인격적이고 품위있는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편한 길을 두고 가시밭길로 걸어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현장에 좋은 사회복지사 한 명만 있어도 희망을 봅니다."라는 책의 마지막 구절이 나를 다잡게 만들었다. 나는 능력있고, 냉철하고, 똑똑하고, 엄격한 신념을 가진 사회복지사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좋은 사회복지사는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지원하는 것. 이 정도의 일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속도와 효율, 돈과 규모를 최고로 여기는 장사꾼이 아닌 땅을 존중하고 농부의 자부심은 수익이 아닌 건강한 농산물에 있다는 우직한 바보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넘치는 사업비로 당장 보기 좋은 성과의 복지서비스로 실적을 우선하는 사회복지사가 아닌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알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느리지만 정직한 길을 가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 것이다.
사회복지사과 강의를 듣고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지낸 1년 반의 시간이 내가 60년 넘게 살면서 성장한 것보다 더 많은 성장과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특히, 사회복지학에는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많은 인생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참으로 이상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복지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나는 민들레국수집 사장님, 프란치스코의 집처럼 훌륭한 사회복지사의 길을 갈 자신은 없다.
그러나, "희망이란 정직한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는 '나'입니다. 한 사람의 변화가 결국 세상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희망 품은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은 살맛납니다"라는 구절처럼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정직하고 우직한 길을 걷는 사회복지사는 될 수 있을 것 같다.